2008년 02월 25일
발치(拔齒)
여태 살아오며 치과 치료를 두 판 받은 적이 있다. 굳이 판이라 부르는 이유는 한 번 치료 받을 때마다 한 달 이상 씩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치아 상태가 썩 좋지 않으니, 조만간 금니를 씌운 것들을 다시 한 번 다 뜯어고쳐야 할 것 같다.
치과 치료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구나 크고 작은 공포감이 추억으로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윗턱 아랫턱 할 것 없이 좌우 위 아래 구석마다 서너 개 정도를 치료받았으니, 그 공포가 남 못지 않다. 심지어 치과의사가, 마취제를 너무 많이 쓰는 건 좋지 않으니 마취하지 말고 하자고 꼬시기도 했었다. 순진하게도 몇 번은 정말 마취를 하지 않고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 그것도 신경치료를.
내겐 이런 공포감 말고 다른 하나의 추억이 더 있다. 치과 치료 하면 생각나는 추억, 정확히는 생각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처음 치과 치료를 받은 때는 중학교 1학년 때이다. 그간 썩혀둔 치아를 한 번에 몰아서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다. 이를 갈고, 신경을 뽑고, 땜을 하고. 그나마 완전히 뽑아버려야 하는 치아는 없었다. 그리고 금을 씌워야 할 정도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치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때에, 어느날 치과 의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재미난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어떤 중년의 신사분이 점잖게 차려입고 치과에 들어섰다. 으레 그렇듯 간호사는 무슨 일로 오셨나고 물었다.
그때 신사분 왈, 발치하러 왔습니다.
간호사 왈, 뭐라고요?
신사분 왈, 발치하러 왔다고요.
간호사는 다소 멍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옆 간호사를 바라봤다. 그러나 옆 간호사도 마찬가지 표정이었다. 안내석 앞에 서서, 서로 눈빛을 교환하던 간호사들을 바라보던 그 신사분은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한 마디 던졌다.
이빨 뽑으러 왔다고요.
간호사 왈, 아니 다른 일 때문에 오셨다면서요? 진작 그렇게 말씀하셨어야 할 거 아녜요?
화내는 간호사에게 신사분 왈, 아니 치과 직원이 발치라는 말도 모르는 게 말이 됩니까?
그날의 옥신각신이 어찌 결론났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내 머릿속에는 발치라는 한자어 하나가 확실히 각인되었다. 이후 무협지에서 발도(拔刀)술이라는 기술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 덕에 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치과 치료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구나 크고 작은 공포감이 추억으로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윗턱 아랫턱 할 것 없이 좌우 위 아래 구석마다 서너 개 정도를 치료받았으니, 그 공포가 남 못지 않다. 심지어 치과의사가, 마취제를 너무 많이 쓰는 건 좋지 않으니 마취하지 말고 하자고 꼬시기도 했었다. 순진하게도 몇 번은 정말 마취를 하지 않고 치료를 받은 적도 있다. 그것도 신경치료를.
내겐 이런 공포감 말고 다른 하나의 추억이 더 있다. 치과 치료 하면 생각나는 추억, 정확히는 생각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처음 치과 치료를 받은 때는 중학교 1학년 때이다. 그간 썩혀둔 치아를 한 번에 몰아서 치료를 받는 상황이었다. 이를 갈고, 신경을 뽑고, 땜을 하고. 그나마 완전히 뽑아버려야 하는 치아는 없었다. 그리고 금을 씌워야 할 정도도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치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던 때에, 어느날 치과 의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재미난 상황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어떤 중년의 신사분이 점잖게 차려입고 치과에 들어섰다. 으레 그렇듯 간호사는 무슨 일로 오셨나고 물었다.
그때 신사분 왈, 발치하러 왔습니다.
간호사 왈, 뭐라고요?
신사분 왈, 발치하러 왔다고요.
간호사는 다소 멍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옆 간호사를 바라봤다. 그러나 옆 간호사도 마찬가지 표정이었다. 안내석 앞에 서서, 서로 눈빛을 교환하던 간호사들을 바라보던 그 신사분은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이 한 마디 던졌다.
이빨 뽑으러 왔다고요.
간호사 왈, 아니 다른 일 때문에 오셨다면서요? 진작 그렇게 말씀하셨어야 할 거 아녜요?
화내는 간호사에게 신사분 왈, 아니 치과 직원이 발치라는 말도 모르는 게 말이 됩니까?
그날의 옥신각신이 어찌 결론났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내 머릿속에는 발치라는 한자어 하나가 확실히 각인되었다. 이후 무협지에서 발도(拔刀)술이라는 기술을 알게 되었을 때도, 그 덕에 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 by 신기루 | 2008/02/25 14:08 | 신기루 | 트랙백 | 덧글(0)



